미국 정부가 인천 송도에 본부를 둔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자 탄소 배출 책임국인 미국의 이탈 선언으로, 개발도상국의 기후 위기 대응을 돕기 위해 조성된 글로벌 기후 금융 생태계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
외교 소식통과 GCF 사무국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서한을 통해 "미국은 GCF의 현재 운영 방식이 자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타국 대비 과도한 재정 분담을 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기금 공여 중단 및 이사회 참여 철회를 통보했다. 이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파리협정 탈퇴와 함께 GCF 지원을 중단했던 사태가 재현된 것으로, 국제사회의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GCF는 선진국이 기금을 모아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 기금이다. 미국은 당초 기금 조성의 핵심 축을 담당해왔으나, 이번 탈퇴 결정으로 인해 약속했던 잔여 공여금 납부가 불투명해졌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즉각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장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남태평양 도서국 등에서 진행 중이거나 계획된 수백억 달러 규모의 기후 적응 프로젝트(홍수 방지, 가뭄 저항성 작물 보급 등)가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GCF 사무국 관계자는 "미국의 공백은 다른 선진국들이 분담금을 늘린다고 해도 메우기 힘든 규모"라며 "기금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비상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사무국을 유치한 개최국인 한국 정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GCF 유치를 통해 '글로벌 기후 금융의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나, 최대 주주인 미국의 이탈로 인해 기구의 위상 추락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긴급 대책 회의를 소집하고 유럽연합(EU) 및 일본 등 주요 이사국들과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미국의 정책 기조가 완강해 설득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 환경단체들과 기후 취약국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후행동네트워크(CAN)는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한 미국이 기후 금융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국제적 배신 행위"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대변인 성명을 통해 "기후 위기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며 미국의 복귀를 강력히 요청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오는 11월 열릴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에서도 기후 재원 마련을 둘러싼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투데이 정하준 기자 press@greenverse.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