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기금(WWF)이 브라질 벨렝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간) 폐막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대해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인 화석연료 전환과 산림 파괴 중단을 위한 실질적 로드맵 마련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일부 진전은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큰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UN 사무총장 연설 모습
특히 이번 총회는 지구 평균기온이 사상 처음으로 1년 내내 1.5°C를 초과한 이후 열린 첫 기후 정상회담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만으로는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대전환적 조치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브라질 의장국은 화석연료 전환 및 산림 파괴 중단을 위한 국제적 협의 추진, 열대우림보전기금(TFFF) 신설, 원주민 참여 확대 등을 시도했고, 이 중 일부가 합의문 서문에 언급되며 관심을 환기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핵심 전환 의제의 공식 합의 부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WWF 글로벌 기후·에너지 프로그램 총괄 마누엘 풀가르-비달은 이번 COP30이 '진실의 COP'라는 이름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그는 장밋빛 약속은 넘쳤지만 정작 구체적 로드맵도 실효성 있는 해결책도 제시되지 않았다며,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인 화석연료를 공식 문서에 언급하지 못한 현실은 각국 정부가 과학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외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핵심 분야인 적응과 기후재원 역시 실질적인 진전 없이 마무리됐다. 페르난다 데 카르발류 WWF 글로벌 기후·에너지 정책 총괄은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출범 등은 의미 있는 출발점이지만, 기후위기 최전선에 있는 취약국을 위한 적응 전략과 이를 뒷받침할 핵심 기후재원은 끝내 최종 합의문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파리협정 10주년을 맞은 올해 국제사회가 전환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실패라고 덧붙였다.
박민혜 한국WWF 사무총장은 이번 총회 결과에 대해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과제와 간극이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화석연료 전환과 산림 파괴 중단 로드맵이 공식 합의문에 포함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탈석탄동맹 참여 등 긍정적 메시지를 냈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은 부족하다며, 산업·무역 구조 전환을 위한 명확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로드맵과 기후재원 확대 방안을 토대로 한 실질적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친환경투데이 정하준 기자 press@greenverse.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