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업의 고질적인 난제였던 흰가루병(Powdery Mildew)을 잡고 유기농 상추의 수확량과 품질을 혁신적으로 높이는 통합 관리 기술이 개발됐다. 로데일 연구소(Rodale Institute)와 대학 연구진이 수행한 온실 연구 결과, 상추 모종에 자외선-B(UV-B)를 노출하는 사전 처리와 OMRI(유기농 자재 검토 연구소) 인증 살균제 '밀스톱(MilStop, 탄산수소칼륨)'을 정식 후 처리하는 병행 방식이 흰가루병 발생을 크게 줄이고 수확 가능한 중량을 44.8%까지 폭증시키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시장 수요가 높고 생산 주기가 짧아 실내 농장(Indoor Farming)에서 선호되는 상추(Salanova 품종)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흰가루병은 전 세계적으로 상추를 포함한 다양한 작물에서 최대 30%의 수확량 감소와 상품성 저하를 유발하는 심각한 병해다. 연구는 UV-B, UV-C 노출 여부와 밀스톱 살균제 처리 여부 등 세 가지 요인을 조합한 요인 설계로 진행됐다. UV-B(280~315nm)는 식물의 방어 관련 생체 활성 성분 생성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 UV-C(100~280nm)는 강력한 항균 작용으로 병원균의 DNA를 손상시켜 확산을 억제한다. 밀스톱의 주성분인 탄산수소칼륨은 포자와 균사체를 건조시키고 식물 조직의 pH를 높여 곰팡이 성장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친환경 살균제다.
실험 결과, UV-B 노출과 밀스톱의 병용 처리가 흰가루병 발생률을 현저히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UV-B, UV-C, 밀스톱 처리 중 어느 것도 받지 않은 대조군(Control) 대비 밀스톱 단독 처리 구역의 감염 수준이 가장 낮았으며, 대조군보다 감염 수준이 289% 낮았다. UV-C 단독 노출은 감염 수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는데, 이는 처리 시점(정식 전 1회 노출)과 다른 방제 방법과의 상호작용 여부에 따라 효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흰가루병 심각도와 수확 가능한 중량은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이는 병해 관리가 곧 수확량 증대의 핵심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밀스톱 살균제 처리는 상추의 수확량 향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밀스톱이 처리된 구역 전체가 대조군 대비 더 높은 총 중량을 보였으며 , 특히 UV-C와 밀스톱을 병행 처리한 구역에서 가장 높은 수확 가능 중량(117.2g/개체)이 기록되며 대조군 대비 44.8%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밀스톱이 흰가루병 감염을 효과적으로 줄여 작물의 생육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UV 처리 단독으로는 수확량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나 , 밀스톱과 함께 사용 시 질병 억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양 품질 분석에서는 UV-B 노출이 총 아미노산 함량을 유의미하게 증가시켰으며, 이는 필수 및 비필수 아미노산 모두에 해당됐다. UV-B 노출은 플라보노이드, 페놀산과 같은 방어 관련 생체 활성 성분의 생합성을 유도하여 식물 방어 기작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미네랄 성분, 포도당, 과당, 비타민 C 함량은 처리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일부 필수 아미노산(트립토판, 히스티딘, 리신)은 오히려 흰가루병 감염 수준이 높을수록 함량이 증가하는 역설적인 관계를 보이기도 했는데 , 이는 병원균에 대한 식물의 방어 기작 활성화와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기농 재배자들이 흰가루병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상추의 수확량과 상품성을 높이는 동시에 재생 유기농업(regenerative organic principles) 원칙을 준수하는 통합 방제 전략을 제공한다. 연구진은 향후 최적의 UV 노출량, 적용 빈도, 그리고 환경 조건과의 상호작용 등을 추가로 연구하여 UV 빛을 안전하고 실용적인 지속 가능한 농업 도구로 정립할 계획이다.
친환경투데이 정하준 기자 press@greenvers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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