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세계 거북이의 날’을 앞두고 바다거북 생존을 위협하는 경고음이 거세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산란지 모래 온도를 끌어올려 수컷 부족 사태를 낳고, 바다 곳곳을 떠도는 플라스틱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치명상을 입힌다.
바다거북의 성별은 알이 부화하는 순간 결정된다. 섭씨 29.1도 이상이면 대부분 암컷이 탄생한다.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북부에서 최근 부화한 새끼의 99%가 암컷으로 확인됐고, 일부 지역은 수컷 한 마리에 암컷 116마리 비율까지 보고됐다. WWF-Australia와 퀸즐랜드대 연구진은 둥지에 그늘막을 씌우고 바닷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려는 실험으로 성비 불균형을 되돌릴 실마리를 찾고 있다.
플라스틱 오염은 살아남은 개체까지 옥죈다. 호주 CSIRO 연구에 따르면 바다거북이 플라스틱을 한 조각만 삼켜도 사망 확률이 22%에 이르고, 14조각 이상이면 50%로 치솟는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조사에서 제주 해역에서 수거된 바다거북 34마리 가운데 28마리의 위장에서 평균 38개의 플라스틱이 나왔다.
비닐봉지를 먹이로 착각한 매부리바다거북 모습
WWF Korea와 제주 지역 단체 ‘디프다제주’는 해안·수중 정화 활동과 산란지 모니터링을 수행하며 현장 데이터를 ‘쉘 뱅크’ 글로벌 DNA 데이터베이스에 올리고 있다. 최근 제주 두모리와 애월 해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 2구도 제주대 분석을 거쳐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될 예정이다.
바다거북은 해초 숲을 정화하고 산호초 건강을 돕는 해양 생태계의 엔진이다. 바다거북이 사라지면 해초지와 산호초 쇠퇴가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이는 수산업과 연안 관광까지 흔든다. WWF는 해양 보호구역 확대, 산란지 복원, 지속가능 어업 전환으로 보호 대책을 넓히고 있으나, 기후변화에 따른 온도 상승과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지 않으면 이러한 노력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세계 거북이의 날은 바다거북이 보내는 구조 신호에 귀를 기울이라는 메시지다. 모래사장 한 줌의 온도, 바다를 떠도는 작은 비닐 한 장이 거대한 생태계의 명운을 가를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친환경투데이 정하준 기자 press@greenverse.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