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의 카운티별 인구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분석한 결과, 현대 농업의 필수 요소로 여겨지는 농업용 살충제 사용 패턴이 백혈병, 비호지킨 림프종, 방광암, 대장암, 폐암, 췌장암 및 모든 암종의 발생 위험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살충제 노출의 영향은 일부 암 유형에서는 흡연의 영향에 필적하거나 그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는 충격적인 결론이 도출되었다. 이 연구는 개별 살충제 노출에 초점을 맞춘 기존 연구의 한계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살충제 칵테일(cocktail of chemicals)' 노출의 위험을 인구 기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한 최초의 전국적 분석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연구진은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살충제 사용량,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암 발생률 및 흡연율, 사회적 취약성 지수(SVI), 농경지 면적 등의 데이터를 통합하여 잠재 계층 분석(LCA) 기법을 활용, 전국적인 살충제 사용 패턴을 정의하고 이를 암 발생률과 연결했다.
분석 결과, 살충제 사용 패턴으로 인한 암 발생 위험은 농업 생산 활동이 활발한 지역, 특히 옥수수 생산을 주도하는 미국 중서부(Midwest) 지역에 가장 집중되어 나타났다. 아이오와, 일리노이, 네브래스카, 미주리, 인디애나, 오하이오 등의 주가 지속적으로 가장 높은 위험 증가 지역으로 분류되었으며, 이는 해당 지역의 집중적인 옥수수 생산과 관련된 농약 사용 패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농업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특정 작물 유형과 농업 산업 형태에 따라 복합적인 살충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 가장 위험한 살충제 사용 패턴을 가진 지역과 가장 낮은 위험도의 지역을 비교했을 때, 모든 암종에서 연간 154,541건의 추가 암 발생 사례가 살충제 사용 패턴의 차이에 기인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번 연구는 살충제 사용의 영향을 흡연율과 비교하며 그 심각성을 부각했다. 놀랍게도 비호지킨 림프종의 경우, 살충제 사용으로 인한 추가 사례가 흡연으로 인한 사례보다 154.1%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되어, 살충제가 이 암종의 발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백혈병(21.0%), 방광암(19.3%), 모든 암종(18.7%)에서도 살충제 관련 발병률이 흡연의 영향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췌장암은 흡연이 주요 위험 인자(80% 위험 증가)임에도 불구하고 , 살충제 노출의 영향이 흡연보다 불과 3.4% 적은 수준으로 추정되어, 살충제가 췌장암 위험에 흡연과 맞먹는 수준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역학적으로 시사한다. 대장암과 폐암 역시 흡연의 영향이 더 크긴 했으나, 살충제 노출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사회경제적 격차(SVI)와 농경지 사용량 등 다른 교란 요인들을 통제한 후에도 살충제 사용 패턴이 유의미한 영향력을 유지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살충제 노출 문제가 인종 및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련된 기존의 건강 불균형(health disparities) 문제와 동등한 수준으로 다뤄져야 하며 , 공중 보건 부문에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 및 스크리닝 우선순위 결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농약 고위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특정 암종에 대한 사전 스크리닝 및 예방 치료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보건 정책이 필요하며 , 잠재적 위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거래 시 인근 농지의 살충제 사용 수준을 고지하는 등의 제도적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
친환경투데이 정하준 기자 press@greenverse.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