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생존과 생산성 유지를 위해선 어떤 양봉 방식이 가장 효과적일까. 최근 꿀벌 군집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유기농 방식의 양봉이 합성 화학물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동등한 수준의 건강성과 생산성을 보장한다는 장기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이는 화학 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무화학(chemical-free)’ 방식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과로, 지속가능한 양봉 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연구팀이 3년간 288개의 꿀벌 군집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적 실험 결과, 적극적인 관리가 꿀벌의 생존과 생산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임이 명백히 드러났다. 연구팀은 양봉 방식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비교 분석했다. 합성 화학물과 항생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일반(conventional)’, 유기농 승인 약품만을 필요시 사용하는 ‘유기농(organic)’, 그리고 어떠한 화학적 개입도 하지 않는 ‘무화학’ 방식이다.
결과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3년의 실험 기간이 종료됐을 때, 최초 96개 군집으로 시작했던 무화학 그룹은 단 1개의 군집만이 살아남았다. 반면 일반 방식은 29개, 유기농 방식은 38개의 군집이 생존했다. 생존율로 환산하면, 일반 및 유기농 방식은 무화학 방식보다 약 2.8배 높았다. 연구팀은 무처리 방식의 군집이 응애 방제 처리를 받은 군집보다 폐사할 확률이 5배나 높았다고 밝혔다. 꿀 생산량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일반 방식과 유기농 방식은 무화학 방식에 비해 각각 102%, 119% 더 많은 꿀을 생산하여 생산성 면에서도 대등한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차이를 만든 핵심 원인은 ‘꿀벌응애(Varroa mite)’ 관리 여부였다. 꿀벌응애는 꿀벌에 기생하며 날개기형바이러스(DWV)와 같은 치명적인 병원체를 옮기는 해충이다. 실험 결과, 화학적 방제를 전혀 하지 않은 무화학 군집에서는 꿀벌응애의 밀도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높은 바이러스 감염률로 이어져 군집의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대규모 폐사를 초래한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반면, 일반 방식과 유기농 방식은 각각 합성 살충제(아미트라즈)와 유기산(포름산, 옥살산 등)을 사용하여 효과적으로 응애 밀도를 억제했고, 이는 군집의 높은 생존율과 생산성으로 직결됐다.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합성 화학물질에 의존하지 않는 유기농 방식이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점이다. 유기농 양봉은 통합 해충 관리(IPM) 원칙에 따라 꼭 필요할 때만 유기농 인증 약품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꿀벌의 건강을 지키면서도 화학물질의 잠재적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연구팀은 유기농 관리 시스템이 기존의 일반 시스템만큼 효과적이면서도 벌통 내 합성 살충제 사용을 배제할 수 있어, 중소규모 고정 양봉장에서 매우 지속가능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연구는 막연한 신념에 기반한 ‘무개입’이 아닌, 데이터에 근거한 적극적인 관리가 꿀벌을 살리는 길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친환경투데이 정하준 기자 press@greenverse.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