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마곡 코엑스에서 7월 2~3일 열리는 ‘한-EU 에코디자인 협력 포럼’이 순환경제 전환의 물꼬를 튼다. 주한 EU 대표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2025 순환경제 페스티벌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에코디자인 규정과 디지털제품여권(DPP)을 두 축으로 한 양자 협력 모델이 심도 있게 논의된다.
포럼 첫날 정책 세션에서는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스 주한 EU 대사와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이 연단에 올라 양측 제도화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 EU가 2024년 도입한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과 한국이 준비 중인 ‘K-에코디자인’ 제도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핵심 의제다. DPP는 원재료·탄소발자국·수리 난이도·재활용 정보 등을 QR 코드로 통합 관리해 2026년부터 EU 내 주요 제품군에 의무화될 예정이다. 한국 역시 같은 해를 목표로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날 발표자들은 실태조사와 인증 절차, 데이터 표준화 문제를 거론하며 공통 데이터셋 마련과 제품군별 시범사업 추진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양측 표준이 호환되면 중소기업이 이중 규제 부담을 줄이면서도 글로벌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둘째 날 산업 세션에는 삼성전자, LG화학, ASML, H&M, 노스볼트 등 3대 분야 리더들이 현장 경험을 공유한다. 전자 부문 발표자들은 스마트폰 배터리 모듈을 나사를 풀어 5분 만에 교체하도록 설계한 사례를 소개했고, 섬유 업계는 리사이클 섬유 추적용 블록체인 시제품을 시연했다. 배터리 세션에서는 사용 후 배터리 데이터를 DPP에 연동해 잔존가치를 평가하고 재제조까지 잇는 실증 결과가 공개됐다.
산업계 참석자 600여 명은 발표 이후 1:1 비즈니스 미팅을 열어 부품 레벨별 수명 주기 정보 공유, 폐자원 회수 체계 구축, 공급망 탄소회계 협력 방식을 논의했다. 포럼 운영진은 “미팅에서 논의된 과제를 공동 실증 프로젝트로 전환할 수 있도록 오는 9월까지 후속 매칭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2023년 출범한 한-EU 그린 파트너십과 2022년 시작된 디지털 파트너십의 접점을 구체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측이 DPP 시범 제품군을 공동 선정해 내년부터 인증 데이터를 교차 검증하겠다는 계획도 유력하게 거론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유럽 시장 접근성을 확보하고, EU는 아시아 공급망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상호윈윈 모델을 만들 것”이라며 후속 협의를 예고했다.
포럼 종료 후 발표 자료와 토론 결과는 양측 정부·기업·연구기관이 공동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공개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은 규제 대응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고, 연구진은 제품별 환경 영향 데이터를 공유해 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한편 코엑스 전시장에는 리사이클 알루미늄 가구, 분해 가능한 스마트워치 스트랩, 재사용 배터리 팩 등 40여 개 에코디자인 시제품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전시 관계자는 “내구성·수리 용이성·재활용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하는 제품이 기업가치로 직결되는 흐름이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친환경투데이 정하준 기자 press@greenverse.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