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가 27일 본회의에서 ‘기후격차 해소에 관한 기본조례’를 통과시켰다. 기후변화가 낳는 경제·환경·사회적 불평등을 제도적으로 다루는 전국 최초의 조례다. 핵심은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층과 지역, 그리고 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보호‧지원하는 데 있다.
조례는 ‘기후격차’와 ‘기후복지’ 같은 개념을 법령 수준으로 명확히 적시했다. 도는 5년마다 기본계획을 세우고 매년 이행 실적을 점검해야 한다. 계획 수립의 근거 자료로 취약계층과 취약기업의 기후위기 인식·대응 수준을 정기 조사하도록 규정했다. 실태조사가 의무화되면서 정책의 근거가 어느 때보다 탄탄해질 전망이다.
내용도 촘촘하다. 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노동자 대상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기술·교육·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저소득층을 위한 기후복지 항목도 눈에 띈다. 에너지 바우처 확대, 냉·난방 설비 개선, 주거·교통비 완화 대책 등이 포함됐다. 농촌·어촌·산촌을 위한 농어민 특별 지원과 기후재난 예방 사업 역시 조례에 담겼다.
교육 격차도 놓치지 않았다. 모든 도민이 기후변화 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온라인 강좌와 방문 교육을 추진하고, 지역 학교와 연계한 공공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공적 영역에서만 논의하는 대신 주민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조례 제정 배경에는 ‘클라이밋 디바이드(climate divide)’를 주목한 김동연 지사의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기후대응 능력 차이가 불평등을 가속화한다고 지적하며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제도화 필요성을 처음 제시했다.
경기도는 조례가 시행되면 맞춤형 지원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취약계층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지역마다 다른 위험도를 반영한 정책을 설계하고,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차성수 기후환경에너지국장은 “포용적 기후정책의 제도적 토대가 마련됐다”며 “기후재난에 취약한 주민의 사회 안전망을 넓히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과정에서도 도민의 기본권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도는 올 하반기 기초조사를 시작으로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할 예정이다. 취약계층 지원 세부사업과 중소기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올해 안에 시범사업 형태로 일부 가동된다. 조례 시행이 경기도형 기후복지 모델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친환경투데이 정하준 기자 press@greenverse.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