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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성인 3만 3천 명 추적 조사, 유기농 식품 섭취 5% 늘 때마다 당뇨 위험 3%씩 감소 확인... 잔류 농약 감소 및 항산화 성분 증가가 핵심 기전으로 지목돼
등록날짜 [ 2025년12월02일 13시12분 ]
전 세계적으로 제2형 당뇨병 유병률이 급증하며 건강의 주요 위협으로 떠오른 가운데, 유기농 식품 섭취가 당뇨병 발병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넘어, 실제 식단 내 유기농 식품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당뇨병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와 파리 제13대학 영양역학연구팀 등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 행동 영양 및 신체 활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Behavioral Nutrition and Physical Activity)'에 게재되었다.

연구팀은 프랑스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웹 기반 코호트 연구인 '뉴트리넷-상떼(NutriNet-Santé)' 참여자 중 당뇨병 이력이 없는 성인 33,256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실시했다.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은 53세였으며, 여성의 비율이 76%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약 4년(평균 4.05년) 동안 추적 관찰을 수행하며 식단 내 유기농 식품이 차지하는 비율과 제2형 당뇨병 발병 간의 연관성을 정밀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전체 식단에서 유기농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상위 20%(5분위) 그룹은 가장 낮은 하위 20%(1분위) 그룹에 비해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무려 35%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령, 성별, 가족력, 신체 활동, 흡연, 음주, 사회경제적 지위(소득, 교육 수준) 등 당뇨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교란 변수들을 모두 보정한 결과다. 더욱 주목할 점은 유기농 식품 섭취량과 당뇨병 예방 효과 사이의 선형적인 관계다.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식단에서 유기농 식품의 비중이 5% 증가할 때마다 당뇨병 발병 위험은 3%씩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예방 효과는 성별과 세부 식습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성별로 나누어 분석했을 때,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유기농 식품 섭취에 따른 당뇨병 위험 감소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관찰되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농약 노출에 대한 생물학적 반응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성적 이형성(sexual dimorphism)'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식물성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등 식생활 지침을 잘 따르는 그룹일수록 유기농 선택에 따른 이점이 더 크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유기농 식품 섭취가 당뇨병 위험을 낮추는 핵심 기전으로 '잔류 농약 노출 감소'를 지목했다. 기존의 관행 농법으로 재배된 농산물은 유기농 농산물에 비해 잔류 농약 검출 빈도가 월등히 높다. 특히 유기인계, 피레스로이드계 등 현재 사용되는 합성 농약들은 내분비계 교란 물질(환경 호르몬)로 작용하여 포도당 대사 이상이나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실험적 증거들이 보고되어 왔다. 유기농 식품을 섭취함으로써 이러한 유해 물질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이 대사 질환 예방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유기농 식품 자체가 가진 영양학적 이점도 간과할 수 없다. 유기농 농산물은 관행 농산물에 비해 폴리페놀이나 카로티노이드와 같은 항산화 성분이 더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항산화 물질들은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제로 유기농 식물성 식품(과일, 채소 등)의 섭취가 유기농 동물성 식품 섭취보다 당뇨병 위험 감소와 더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유기농 식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대체로 소득 수준이 높고 운동을 즐기며 더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기 때문에 당뇨병 위험이 낮은 것이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한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도 유기농 섭취가 많은 그룹은 교육 수준이 높고 신체 활동이 활발하며 비만도(BMI)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연구팀은 통계 모델을 통해 체질량지수(BMI)와 식단의 영양학적 질(Quality of diet)을 추가로 보정한 후에도 유기농 식품 섭취와 당뇨병 위험 감소 사이의 유의미한 연관성이 유지되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건강한 생활 습관 효과를 배제하더라도 유기농 식품 섭취 자체가 독립적인 예방 효과를 가짐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전향적 코호트 설계를 통해 유기농 식품 섭취와 제2형 당뇨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려 시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연구의 주저자인 케세-귀요(Kesse-Guyot) 박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유기농 식품 섭취가 당뇨병 예방 전략의 일환으로 고려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다만 인과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다른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와 장기적인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기농 식단이 단순히 '비싼 먹거리'를 넘어, 현대인의 만성 질환을 막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학계와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친환경투데이 정하준 기자 press@greenvers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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